●어느 날 두 개의 뉴스 내용을 보게 되었다. 하나는 국내에서 가장 큰 고속도로 휴게소인 이천 마장 휴게소가 운영을 중단한다는 내용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광주에 있는 해양에너지가 어느 회사에 인수되었고 이에 시민단체들이 반대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뉴스를 보니 공통점이 있었는데 [맥쿼리 한국 인프라 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맥쿼리가 뭐길래 뉴스에서 이렇게 보도를 하고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서는가? 문득 궁금해졌다.
▶조금 알아보니 맥쿼리는 호주의 금융사이며 자회사들을 통해 세계 각지의 부동산, 에너지, 물, 도로, 공항, 항만, 철도 등 민간 인프라 사업에 주로 투자하며 업계 1위로 수익을 내고 있는 회사였다. 한국의 맥쿼리 인프라는 2002년 위 호주의 맥쿼리 은행과 대한민국의 신한금융지주가 합작하여 설립하였고, 전체 지분 구조는 군인공제회, 신한금융지주, 한화생명, KDB생명 등 여러 국내 자본이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의 맥쿼리 인프라 역시 세계 각지의 맥쿼리 자회사처럼 정부로부터 민자사업이 결정되면, 이에 직접 투자하거나 투자한 기업에 융자를 내주는 방식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무슨 문제가 있어보이지 않는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는 뜻이다. 맥쿼리에 대해 알아보면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있다. 바로 수도권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 터널에 대한 것이다. 지하철 9호선은 과거 갑작스레 지하철 요금을 올리는 것이 이슈가 되어서 [맥코리아]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나온 적이 있었다.
▶맥코리아에서 말하는 것은 국가의 공공서비스는 국가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이지 맥쿼리와 같은 민간 투자를 받아서 사기업이 운영하면 이득을 보려는 기업논리만 있어서 결국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은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거대 외국 투자 기업들만 배불리게 하는 것이기에 민자 사업은 장기적으로 현세대뿐만 아니라 후 세대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큐멘터리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에 이해가 가는 것이 맥쿼리는 한국 정부와 인프라 민간투자 사업을 할 때 정부로부터 최소 운영 수입을 보장받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투자라는 것은 투자금 손실이 발생할 리스크를 안고 하는 것인데 수익이 보장이 된다고 하면 그게 투자인가 싶다. 이것은 마치 큰 음모가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여기서 민간 투자에 대해 짤막하게 소개하고 넘어가야 전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잠깐 소개하려고 한다. 민간 투자란 국가가 고속도로와 같은 국가 시설을 건설하고 싶은데 재정적으로 부족할 경우 민간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고속도로나 항만, 다리 등은 건설 기간도 기본적으로 몇 년씩이나 걸리고 건설한 뒤 실제 수익을 얻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리며 수익이 날지 안 날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사기업들이 쉽게 투자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한다. 거대한 건설회사도 아파트 단지 분양에 실패하면 휘청하는데 하물며 인프라야 말할 것도 없기에 이해가 된다.
그래서 정부는 최소 수익 보장제도(MRG : minimum revenue guarnatee)라는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유인책"을 만들었다. 예측과 달라서 시설에 투자한 사기업이 과다한 적자를 보는 것을 정부가 세금으로 커버해 줄 테니 투자에 참여해 달라는 뜻이다. 예로 들어 고속도로에 하루에 차량이 일정 대수 이상 오가는 걸로 예측해서 통행료를 산정했는데, 실제로 개통하고 나니 예측보다 차량이 적게 나오면 부족분에 대해 나라가 세금으로 충당해 주는 것이다.
물론 나라가 민간을 투자받을 수는 있고, 기간산업이라는 규모에서 자칫 잘못 투자를 하면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지만 그것도 10년~40년 동안 국민의 세금으로 사기업에 수익을 보장할 필요까지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따라온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보면 보장 범위는 사전에 수요 조사를 기준 삼아 계산하기 때문에 MRG도 수요조사만 명확히 하면 큰 문제가 없다. 재정이 부족한 정부는 돈이 들지 않고 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간사업자는 정부가 커버해주니 리스크도 줄인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민자사업의 수익이 항상 예상에 도달하지 못해 생긴다. 사업 추진 시 수요 예측을 현실과 달리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매년 수백억 이상씩 국민의 세금이 날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현재 정말 다행히도 2008년에 많은 문제가 드러났던 MRG는 사라졌지만 이미 체결된 MRG는 소급적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MRG는 기본적으로 10~40년 장기적으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으로 유실되는 양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여기에 하나 더 말하자면
사실 이 MRG 뿐만 아니라 맥쿼리가 투자할 때에는 후순위차입금으로 나라와 투자에 참여한 은행들에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다. 맥쿼리가 진행하는 민간투자 계약에는 늘 대출이 있다. 대출 이율도 최소 12~최대 20 퍼 정도의 고금리의 이자율로 빌려준다. 그래서 매해 맥쿼리에게 줘야 하는 이자 비용만 수백억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거기에 자기들 말고 다른 기업들이 들어올까 봐 경쟁 방지 조항 같은걸 계약에 넣어놓기도 한다니 이런 계약을 진행시킬 수 있는 맥쿼리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맥쿼리가 지나치게 유능한 건지 상대하는 공무원이 지나치게 무능한 건지 둘 다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개선이 안된다면 한국에서 맥쿼리는 영원토록 승승장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든다. 이것이 MRG가 있고 없고는 크게 상관없이 맥쿼리는 여전히 정부를 상대로 수익을 극대화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론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나는 맥쿼리에게는 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맥쿼리는 자신의 능력으로 주어진 제도와 장치를 활용한 것에 지나지 않다. 도덕적 헤이 정도는 있겠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에게 제제를 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규제와 제도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맥쿼리에게는 아직 규제 및 제도가 미흡한 현재의 한국만큼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맥쿼리만큼 민간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이 든다. 일반 금융회사가 투자를 잘못하면 금세 무너지고 내로라하는 건축회사들도 아파트 잘못 지으면 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맥쿼리는 초 거대 자산 운영사이기 때문에 투자 한두 개 잘못해도 망하지 않는 자본이 있는 회사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이 든다.
문제는 민간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는 공무원들이 잘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문제점은 수요를 지나치게 희망적으로 보아 사업 추진을 남발한다는 것이다.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척도인 비용과 편익분석에서 예상수요를 부풀려 편익을 과도하게 추정함으로써 필요 없는 사업까지도 추진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더군다나 MRG까지 있는 사업에서 수요 부풀리기가 일어난 경우라면 그야말로 [맥코리아]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현상이 나오는 것이다.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 사업자에게 투자받는 것은 물론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은 국민이며 민간 투자가 잘못되면 결국 국민이 그 대가를 치른다. 앞으로 일을 진행하는 정부가 조금 더 신경을 더 써준다면 지금 당장 나타난 부작용들을 바로잡을 수 있고 앞으로 발생할 부작용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반대로 말하면
이렇게나 능력이 좋은 맥쿼리는 좋은 투자처라는 말도 된다는 뜻이다. 현재 맥쿼리는 상장이 되어 있으며 6% 정도의 배당을 주는 고배당주에 속한다. 게다가 늘 수익도 말도 안 되게 좋다. 인프라 산업 특성상 돈을 벌기 어려운 게 맞지만 이렇게나 정부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수익을 20년~40년간 보장을 해주는데 수익이 안 날 수가 없다. 수익이 보장되어 있는 회사라면 장기적으로 가져가기에 전혀 무리가 없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셀까 봐 SPC 등 민간 투자의 Process나 BTL이니 BTO니 민간 투자 형식 등등에 대한 일체 내용은 들은 다 기재하기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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